본문 바로가기

about 책

냉정과 열정사이를 읽고










최근에 일본소설에 푹 빠져있습니다. 

서양소설에 익숙한 삶을 살다가.. 도서관에서 호기심에 '안녕, 언젠가'라는 일본소설을 읽은 것이 계기가 되었죠.

저의 느낌을 말씀드리자면, 서양소설은 대체로, 기승전결이 뚜렷한 이야기, 개성강한 인물들, 그리고 또렷하게 초점잡힌듯 한 묘사로 구성되어 있는 작품들로 이뤄진거 같아요. 물론 작가의 성향이나 작품들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그 동안 유럽의 소설을 자주 읽은 저의 느낌은 그랬습니다. 


처음 일본소설을 읽었을 때 느낌은 '서양소설과 정말 다르구나'였습니다. 일단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기승전결을 나누기 힘듭니다. 역시 작가나 작품에 따른 차이는 있겠지만, 대체적으로 차분한 톤을 유지한 채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을 느꼈죠. 

인물들은, 개성이 강하다거나 특별하다기 보단 '평범한 사람들'에 가깝습니다. 덕분에 공감과 이해에 있어 어려움을 겪을 필요가 없죠. 

묘사에서도 차이가 보입니다. 대상을 핀트가 잡힌듯 명확하게 묘사하기 보단, 그 대상으로부터 느낄 수 있는 감정이나 느낌을 설명하는 데 많은 부분 할애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. 


냉정과 열정사이는 이러한 일본 소설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. 함께 작품을 감상한 친구 역시 작품이 정말 차분하다고 말하더군요. 

별 일 없습니다. 누가 죽거나 다치지도 않습니다. '그냥' 이야기는 흘러갑니다. 감정이 흘러가는대로, 느낌가는대로. 작품은 결코 독자를 억지로 몰입시키려하지 않습니다. 하지만 어느 순간 정말 깊히 몰입하고 있는 자신을 볼 수 있죠.


냉정과 열정사이는 한 가지 또 다른 특징이 있습니다. 두 권의 책으로 구성되어있는데요, 각각 남자의 시각에서, 여자의 시각에서 서술하고 있습니다. 이렇게 두 권으로 나눠진 이유는 뭘까요.


'나'의 사랑에 있어서 '나'라는 사람은 결국 전체 사랑의 1/2이라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라고 저자는 말합니다. 실제로 읽으면서 독자들은 두 주인공의 이야기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예상할 수 없습니다. 사랑의 상대가 어떤 생각과 어떤 감정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죠. 주인공들과 같은 긴장감 속에서 이야기를 '체험'할 수 밖에 없습니다. 


가을이네요. 이제 긴 팔을 입어야겠습니다.

가을이 독서하기 좋은 계절이라고 했나요? 

사실.. 놀고 먹고 자기 좋은 계절입니다.

그런데 야속하게 방학도, 휴가도 없습니다. 

그래도 각자 나름대로 행복한 가을 보내시길 바랍니다. 

그리고 겨울 돼서 할 거 없으시거든, 따뜻한 러브스토리로 마음을 덥히는 건 어떨까요?




냉정과 열정 사이.